[41편] 第七章 생사투(生死鬪) 之 번외비무(番外比武) 별전(別傳), 지랄발광(指辣發光)

번외비무(番外比武) 별전(別傳)

 

같은 시각, 임수린이 사갈인과 혈투를 벌이고 있는 묘지 근처 산골짜기에서 두 사람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 다른 번외비무의 주인공은 상관걸과 남궁도옥이었다. 

“정영단 시절부터 늘 내 발목을 잡으려 하더니… 지금도 마찬가지로구나.”

“고작 그따위 소리나 하려고 나를 불러낸 건 아니겠지?”

“물론이다. 비록 황상의 어지 때문에 동창이 금의위에게 밀렸지만… 결코 나 남궁도옥이 네게 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너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어떻게?”

“이것으로-!”  

남궁도옥은 허리에 찬 장검을 뽑아들었다. 

“우리는 관부인(官府人). 누가 이기더라도 문제가 생길 것이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상관걸이 혀를 차며 말했지만 남궁도옥은 단호했다. 

“나는 관부인이기 전에 무림인이다.”

“위선자! 무림인이라는 녀석이 의리를 저버리고 동료를 해하는 데 협조를 해?” 

“더 이상의 문답은 무용(無用)! 무인답게 칼로써 승부를 내자.”

“좋다.”

상관걸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칼을 빼들었다. 

“너희 상관가의 무공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똑똑히 알려 주마.”

남궁도옥이 검결지(劍訣指)를 뻗었다. 가전(家傳)의 천풍검법(天風劍法)을 펼치려는 것이었다. 

상관걸 역시 가전무공인 광풍십팔도(狂風十八刀)로 맞서기로 했다. . 

‘천풍검법은 경(輕)․쾌(快)․예(銳)를 위주로 하는 술(術), 같은 수법으로 맞서다간 불리할 것이 당연! 중(重)․완(緩)․둔(鈍)으로 상대해야 한다.’

때 맞춰 솥바리뫼[鼎鉢山]의 골바람이 불어왔다.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은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는 시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 보니 달과 자신의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다-대영성삼인(對影成三人)-고 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하늘의 바람[天風]과 미친바람[狂風]에 골바람[谷風]까지 더했으니… 삼풍(三風)이 어우러졌다고나 할까. 

 

남궁도옥은 산들바람처럼 표홀한 초식으로 상관걸의 천령개(天靈蓋)를 노렸다. 이에 상관걸의 도는 거센 바람처럼 남궁도옥의 허리를 베어 갔다. 

속도로만 따지면 남궁도옥이 빨랐다. 하지만 그 차이는 그야말로 눈 깜빡할 정도에 불과했다. 

검의 상관걸의 머리를 뚫음과 거의 동시에 그의 허리도 베일 것이었다. 잘해야 양패구상(兩敗俱傷), 설령 상대를 쓰러뜨린다고 하더라도 자신 역시 중상을 면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에 남궁도옥은 검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남궁도옥은 초식을 변환하여 상관걸의 견정혈(肩井穴)과 연마혈(撚痲穴)을 노렸다. 

상관걸은 광풍만래(狂風亂麻)의 수법을 펼쳐 공격을 막아내며 위력이 강맹한 광풍파산(狂風破山)의 초식을 펼쳤다. 

그러나 산을 무너뜨릴 듯한 거센 바람 사이를 뚫고 낭궁도옥의 검이 날아들었고, 상관걸은 화급히 물러섰다가 다시 전진하며 광풍인도(狂風引濤)의 초식을 펼쳤다. 

바람에 이끌려 거센 파도가 일렁였다. 거대한 파도가 닥치는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남궁도옥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쾌속한 초식을 펼쳤다. 

하지만 상관걸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광풍단해(狂風斷海), 바다도 가른다는 강맹한 위력의 초식에 남궁도옥 또한 구름을 뒤집는다는 천풍번운(天風飜雲)으로 맞섰다. 

콰쾅-!

구름과 바다가 뒤집힌 듯 요란한 폭음이 울리며 두 사내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한 장씩 물러났다. 

채 몸을 가누기도 전에 상관걸이 다시 공격을 해오자 당황한 남궁도옥은 빛도 자른다는 구명절초 천풍분광(天風分光)을 펼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출수가 늦었기  때문에 그는 공력을 십 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상관걸이 펼친 최후의 초식. 극강의 둔중(鈍重)함으로 빛마저 삼킨다는 흑동(黑洞, black hole)과도 같은 광풍탄광(狂風呑光)을 견디지 못한 남궁도옥의 검이 산산조각나며 사방으로 비산(飛散)했다. 마치 폭죽을 터뜨리듯.

촤촤촤촤촥-!

조각이 되어 날아간 칼날은 상관걸의 온몸에 박혔다. 그러나 갑주(甲冑)를 입고 있었기에 요혈을 피해 어깨와 팔 등에 상처를 입었을 뿐이었다. 때문에 그는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굳건한 제세로 서 있었고, 낭궁도옥은 한 장 이상을 날아가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혈인(血人)이나 다름없는 모습의 상관걸이 한 발 한 발 다가왔지만 남궁도옥은 손끝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깊은 내상을 입은 때문이었다. 

온몸에 피칠을 한 이는 꿋꿋하게 서 있고, 멀쩡해 보이는 이는 쓰러져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상관걸이 칼 든 손을 허공으로 치켜 올렸고, 남궁도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상관 공자! 가가(可可)를 용서하세요. 제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고목 뒤에서 튀어나와 눈물로 호소하는 여인은 황보선(皇甫宣)이었다. 그녀의 배는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을 만큼 불러 있었다. 

결국 상관걸은 칼을 거둘 수밖에 없었고, 천풍, 광풍, 곡풍에 연풍(戀風)까지 한 데 몰아쳐… 네 가지 바람이 어우러진 관객 없는 대결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날 밤, 인수린을 비롯한 의림맹 식구들이 묵고 있는 여관을 기웃거리는 수상한 그림자가 있었다. 

자유석공의 하수인 석로가 보낸 도해삼살(渡海三煞)로 고가인(高家引, Cocaine), 해로인(亥露因, Heroin), 필로본(畢老本, Philopon) 등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수신호위 네 명 모두가 의림맹 출전자들에게 패하자, 위기를 느낀 석로는 암습(暗襲)을 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독공(毒功)의 고수 셋을 은밀히 보낸 것이었다. 

이름이 알려 주듯 마비산(痲痺散)과 환각제(幻覺劑), 최음약(催淫藥) 등 사용에 일가견이 있는 세 명으로 하여금 의림맹 수뇌들이 먹는 음식이나 차 등에 약물을 타서 중독시키려 함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척이나 재수가 없었다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가 없었다. 

강호 동도들의 뜻을 모아 결성한 의림맹의 맹주가 인수린이라는 소식을 듣고 만나러 온 옛 동료들에게 침투 현장을 들킨 때문이었다. 

인수린을 찾아온 동료들은 제갈민아와 여전히 그녀를 쫓아다니고 있는 황비홍과 홍비황 그리고 맹에 남아 후배들을 가르치던 상관봉을 비롯한 팽무식, 양아지 등이었다. 

“정말 수린이가 의림맹 맹주일까?”

“틀림없어. 나와 친한 개방 분타주에게 들었거든. 몇 년 전에 수배된 것도 모두 동창의 음모였다고 하던걸.”

“나는 정영단 시절부터 인 공자가 대단한 사람인 줄 알고 있었어.”

제갈민아의 말에 황비홍과 홍비황이 정색을 하며 나섰다. 

“제갈 소저! 그때부터 수린이를 연모했단 말이오?”

“무슨 소리예욧-! 그냥 큰인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인데.”

“어이, 다투지들 말게. 오랜만에 만나서 뭐하는 건가? 그런데 제갈 소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소?”

양아지가 묻자 제갈민아가 대답을 하면서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웬만해야지요. 그렇다고 제비뽑기를 할 수도 없고.” 

“저기 혜무객잔(蕙撫客棧)이 보이네요. 맞지요?” 

서로 옥신각신하는 중에 상관봉이 앞에 보이는 객잔을 가리켰다. 

“맞아-! 저곳에 의림맹 수뇌가 묵고 있다고 했어.”

“어, 웬 사람들이지? 쉿, 모두 조용히-!”

양아지의 긴장된 음성에 모두가 몸을 숙이고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았다. 

세 명의 흑의인(黑衣人)이 객잔 삼 층 난간에 밧줄을 걸고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올라가고 있었다. 바로 석로가 보낸 도해삼살이었다. 

“야심(夜深)한 중에 객잔으로 몰래 들어가려는 건 분명 나쁜 놈들이겠지?”

“더구나 우리 친구가 묵고 있는 곳인데 말이야.”

“하나 같이 검은 옷을 입었으니 더 볼 것도 없어.”

여섯 사람은 신속히 신형을 이동하여 객잔 가까이로 갔다. 

“하나, 둘, 셋-!”

상관봉의 손바닥에 올라선 제갈민아가 몸을 날렸다. 그녀가 노린 것은 수상한 세 사내가 몸을 의지한 밧줄이었다. 

사악-!

그녀의 칼질에 밧줄이 잘라졌고, 의지할 곳이 없어진 세 사내는 땅으로 떨어졌다. 

“어이쿠!”

바닥에 떨어진 그들이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주먹과 발길 그리고 창칼이 날아들었다. 

고가인은 황비홍과 홍비황의 홍권에, 해로인은 팽무식의 칼등에, 필로본은 양아지의 창대에 맞아 뻗고 말았다. 

약물 사용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무공은 약했기에 변변히 대항도 못하고 사로잡히고 만 것이었다. 

물론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모여 있는 인수린 일행이 도해삼살의 침입을 모를 리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때 아닌 소란스런 소리에 밖으로 나온 인수린은 옛 동료들을 발견했다.

“인수린-! 오랜만이야. 빈손으로 오기가 미안해서 작은 선물을 마련했는데…….” 

능청맞은 양아지가 혼절한 도해삼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인수린은 도해삼살을 상관걸 휘하의 금의위 시위들에게 인계한 뒤, 옛 동료들과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중에 특히 상관봉은 몰래 얼굴을 붉히며 얕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지랄발광(指辣發光)

 

늘 되풀이된 정사대전(正邪對戰)이 아닌 정파끼리의 대결-물론 겉으로만-이었기에 더욱 관심을 모은 무림맹과 의림맹의 대결. 강호의 역사를 바꾼 중양비무 이틀째.

중인(衆人)들의 환시(環視) 속에 설상가상 손영태가 등장했다. 

“중양비무 이틀째입니다. 오늘도 인산인해로군요. 어제 열린 네 차례의 비무는 모두 의림맹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오늘은 과연 무림맹의 출전자들이 분발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오늘의 첫 비무자를 모시기 전에 잠시 전하는 말씀이 있겠습니다. 호수공원 인근의 수타복다관에서 오늘은 특별히 타팔절(打八折)하여, 즉 이 할(割) 내린 가격으로 고객을 모신답니다. 많이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무림맹과 의림맹이 비무를 하는데 무림맹과 협약을 맺은 당가의 다관을 선전하다니… 편파적인 것 아뇨?”

“맞는 말씀입니다만… 본 비무대회를 치르는 데 소요된 경비의 대부분을 당가에서 대주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여하튼 가실 분은 가시고…….”  

“빨리 진행이나 하쇼-!”

“오늘의 첫 출전자는 북해 한빙궁의 배태랑 장로입니다. 그리고 이에 맞설 의림맹 측 인물은 강호낭중협(江湖郎中協)의 대표이자 무불통지(無不痛指)라는 별호를 가진 곽준봉 의생입니다.”  

 

한빙궁 장로 배태랑과 무불통지 곽준봉의 비무는 설전(舌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왜놈이냐? 이름이 태랑이 뭐야? 모모타로(桃太郞)도 아니고……. 게다가 별호가 애무비(碍無卑, MB)라지? 거침이 없지만 비루해서.”

“흥-! 그런 너는 손가락[指]이 맵다지[辣]? 게다가 공력을 운용하면 빛도 나고[發光]? 별호를 지랄발광(指辣發光)이라고 해야겠군.”

“뭣이라? 쥐새끼 같은 놈. 좋다, 네 녀석이 발광(發狂)하도록 만들어 주지.” 

“오너라. 빵․꾸․똥․꾸(方方․九九․東東․九九)야-!”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내력을 운용하는 무공이었기에 서로 오 장여를 격하고 있었지만 싸움은 누구보다도 격렬했다.

배태랑은 연신 한빙장을 쳐댔고, 곽준봉은 오른손의 집게손가락만을 곧게 편 채 일양지를 쏘았다. 

모든 것을 얼려 버릴 듯 차갑기 그지없는 한빙장과 삼라만상 어느 것이건 녹여 버린다는 일양지의 격돌! 

퍼펑-!

고막이 울릴 정도의 폭음이 연속으로 들렸다. 두 사람의 공력이 충돌하는 소리였다. 

상극(相剋)인 무공끼리의 대전인데다가 두 사람 모두 정순한 내공을 지니고 있기에 좀처럼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각(刻) 정도가 지나자 배태랑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거의 미끄러지고 있는 것이었다. 

“배태랑이 밀리고 있네요.”

“당연한 일. 시작할 때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지.”

인수린의 대답에 적정량이 의아한 듯 물었다. 

“어째서 그렇죠? 처음에는 팽팽했던 것 같은데…….”

“무기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

“무기라니요? 두 사람은 맨손이잖습니까? 내력 대결을 하지 않나요?”

“배태랑은 장(掌), 곽 사숙은 지(指)를 사용하고 있다. 내력이 같다고 하더라도 장을 사용하면 힘이 분산되고, 지를 사용하면 집중력이 높다고 투왕 사부께서 말하지 않았어? 그런데 내력까지 차이가 나니…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지.”

과연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모습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곽준봉은 처음과 다름없이 한 손가락만 뻗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배태랑은 간신히 장을 뻗고 있을 뿐 몸을 비비 꼬고 있는 것이 흡사 발광 직전의 간질 환자 같았다.  

퍼펑-!

폭음과 함께 비무대에서 밀려난 배태랑이 삼 장여를 날아갔다. 

“크-윽-!”

배태랑은 신음과 함께 한 모금 선홍빛 피를 뿜어내고는 혼절하고 말았다. 그의 오른손에는 동전만한 구멍에서 생겼고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인수린의 예측이 맞았던 것이다. 

“곽준봉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