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편] 第七章 생사투(生死鬪) 之 상문비검(喪門飛劍), 번외비무(番外比武)

상문비검(喪門飛劍)

 

당가의 네 번째 비무자는 수비쌍귀 중 수귀(瘦鬼)인 상문비검(喪門飛劍)이었고, 의림맹 측에서는 자생력이 나섰다. 

너무도 말라서 마치 해골 위에 피부를 씌운 듯 기괴한 몰골의 상문비검이 음산한 목소리로 자생력에게 물었다.

“활을 무척이나 잘 쏜다지? 신궁(神弓)이라 부른다며?”

“그렇게 부르는 이도 있더군. 낯간지럽게.”

“나도 단검을 제법 던지거든. 그래서 말인데… 딱 다섯 수로 승부를 보는 게 어때?”

“서로 다섯 번씩 공격을 하자는 건가?”

“그렇지.”

“만약 승부가 나지 않으면?”

“그럴 리는 없겠지만… 비기는 걸로… 아니야, 내가 지는 것으로 하지.”

상문비검이 청색 장삼을 벗자 가슴에 찬 두 개의 넓은 가죽띠가 드러났다. 띠에는 한 쪽에 다섯 자루씩 도합 열 자루의 단검이 꼽혀 있었다.

그는 한 쪽 가죽띠를 풀러 비무대 바깥으로 던졌다. 단검 다섯 자루만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자생력도 전통(箭筒)에 다섯 대의 화살만 남기고 나머지는 비무대 바깥의 적정량에게 건넸다.      

두 사람의 음성은 서로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았기에, 비무대 아래의 관중들은 영문을 몰라 그저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그럼 시작할까?”

상문비검의 말에 자생력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십여 장의 거리를 격하고 있었다. 한 쪽은 투병(投兵), 다른 한 쪽은 사병(射兵)인 만큼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한 때문이었다.  

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상문비검의 손에서 은빛이 뿜어졌다. 상문(喪門), 곧 죽음의 문으로 보낸다는 별호처럼 쾌속한 솜씨였다. 

자생력 또한 이에 질세라 빛과 같은 속도로 화살을 활에 재워 쏘았다.

챙-!

그가 던진 단검과 자생력의 화살이 허공에 부딪쳤다. 

“좋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군. 이번에는 두 자루야. 잘 막아 보게,”

상문비검은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양손에 단검을 한 자루씩 쥐고는 자세를 잡았다. 

슈슉-!

무슨 수법을 썼는지, 기묘하게도 단검은 자생력의 좌우 양쪽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자생력은 당황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화살을 발사하여 단검 하나를 막았다. 그리고는 몸을 옆으로 틀며 철판교(鐵板橋)의 신법을 발휘하여 허리를 꺾은 채로  다시 화살을 쏘아 왼쪽으로 날아드는 단검을 막아냈다. 

“과연, 과연-!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자, 이제 마지막이야. 잘 막아 보게.”

슈-욱-!

이상한 일이었다. 상문비검은 분명히 손을 두 차례 움직인 것처럼 보였는데 날아오는 단검은 하나뿐이었다. 

단검은 자생력의 미간(眉間)을 정확히 노리고 날아오고 있었다. 자생력은 재빨리 화살을 발사했고, 단검과 화살은 허공에서 부딪쳐 바닥으로 떨어졌다.  

챙-!

다음 순간 모두가 경악할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단검이 바닥으로 떨어졌음에도 계속 단검이 날아오고 있었다. 단검 뒤에는 또 하나의 단검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자모비검(子母飛劍), 어머니가 등에 아들을 업은 듯 마치 하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둘인, 칼 뒤에 칼을 숨겨 시차(時差)를 두고 던지는 수법이었다. 

숨어 있던 단검은 막기 힘들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자생력은 숨 돌릴 사이도 없이 화급히 화살을 재워 쏘았지만 이미 늦은 듯 보였다. 

투병이나 사병이 제 위력을 발휘하자면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자생력은 이미 그 거리를 잃은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두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검의 끝과 화살촉의 끝이 허공에서 부딪친 것이다. 

충분한 힘을 얻은 단검은 화살촉을 깨뜨리고도 힘이 남아 화살대를 반으로 가르며 계속 날아왔다.  

투툭-!

화살대를 가르고 전진하던 단검은 마지막 부분인 깃에 걸려 속도가 줄어들더니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자생력과 불과 삼 척이 되지 않는 거리였다. 

“우와-!”

비무대를 지켜보던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칼이 화살을 가르는 불가사의한 광경을 난생 처음 목도(目睹)한 때문이었다. 보는 이 모두가 식은땀을 흘렸으니, 본인인 자생력은 오죽 했을까?

상문비검은 다섯 자루의 단검을 던졌고, 자생력 또한 다섯 발의 화살을 쏘았으니… 약속대로라면 비무는 끝나야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 때문이었다. 

상문비검의 손에는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단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약속과는 달리 그는 단검 한 자루를 더 숨겨 두고 있었던 것이었다. 

“목숨을 건 싸움을 하면서도 적의 말을 믿는 순진함. 그게 소위 정파라는 놈들의 약점이지.”

그는 야비한 미소를 떠올리며 연습용 목인(木人)을 겨냥하듯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자생력이 가진 것은 빈 활뿐. 게다가 서로의 거리는 십 장이나 되니 몸을 날려 박투를 벌이기 전에 칼에 맞을 것은 너무도 빤한 일이었다. 

갑자기 자생력이 빈 활을 들고 상문비검을 겨눴다. 마치 화살을 재운 듯이.

“하하하-! 네가 미친 모양이로구나. 화살도 없는 빈 활을 겨누다니… 활을 손에 쥐고서 죽고 싶은 게로구나.”

상문비검이 조롱을 퍼부으며 천천히 손을 치켜드는 순간, 자생력은 빈 활시위를 당겼다. 

팅-!

빈 활시위가 튕겨지는 소리. 물론 없는 화살이 날아갈 리가 없었다. 

그러나 상문비검은 치켜든 손을 내리지 못했다. 이마에 구멍이 뚫리고서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 자생력은 그토록 갈망하던 무형시(無形矢), 바로 마음의 화살을 이룬 것이었다.   

 

 

 

번외비무(番外比武)

 

이야기는 자생력이 무형시(無形矢)로 상문비검을 쓰러뜨리기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 맛있는 폭옥미화(爆玉米花, popcorn)가 한 봉지에 두 문이요.”

비무대 주위를 돌며 구경꾼들에게 음료수며 폭옥미화 등을 파는 장사꾼 하나가 지나가면서 인수린의 손에 쪽지 하나를 슬쩍 떨어뜨렸다. 

은밀하게 행해진 일인데다가 모두의 시선이 비무대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적한 곳으로 가서 주위를 살펴본 다음 쪽지를 펴 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었다. 

 

「蔘村過 梨帽 邱下麗面 猫止路 臥螺 昏子書」

 

‘인삼 마을 지나 배꽃 모자 언덕 아래 고운 얼굴 고양이 멈춘 길 누운 소라 저녁 아들 글-?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인수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한 여인이 지나가며 속삭였다.

“공자께서는 생각이 너무 깊은 게 탈이에요. 흑화(黑話)의 일종이니 쉽게 생각하세요.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되거든요.” 

여인은 어느 새 인파 속으로 사라졌고, 인수린은 그녀가 시킨 대로 쪽지에 쓰인 글을 소리나는 대로 읽어 보았다. 

‘삼촌과 이모 구하려면 묘지로 와라 혼자서-!’

누군지 모르지만 흉수(兇手)는 비겁하게 숙부 인투내와 이모 모용란에게까지 손을 뻗친 것이었다. 아마도 자신의 이름을 팔아 두 사람을 유인했으리라.

인수린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단신으로 묘지로 향했다. 감시의 눈이 도처에 깔려 있을 것이 분명한 터, 혹시라도 어른들에게 위해가 갈까 염려한 때문이었다. 

길은 익히 알고 있었다. 무림맹에 몸담고 있던 시절, 수도 없이 오르내리던 솥바리뫼[鼎鉢山] 근처였으니까.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거리가 그토록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묘지에 도착한 인수린을 기다리고 있는 백색 장삼의 사내. 그는 당요의 연인이자 독심요검(毒心妖劍)이라는 별호로 불리는 사갈인이었다.  

그의 뒤에 있는 나무에는 인투내와 모용란이 등을 맞대고 묶인 채 굵은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숙부님-! 이모님-!”

“불러도 소용없어. 미혼분으로 잠시 주무시도록 했거든. 사랑하는 조카가 죽는 모습을 보면 충격을 받지 않겠는가? 두 분 다 연세도 드셨는데 말이야. 물론 정신이 들고 나면 어차피 알게 되겠지만.”

“관계가 없는 사람까지 이용하다니… 악독한 놈!”

“관계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삼촌과 이모인데…….”

“헌데… 네가 쓰러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내가? 그럴 리가 없지. 아직까지 나와 손을 섞어서 살아남은 사람은 없거든.”

사갈인의 음성에는 여유로움이 담겨 있었다.   

“그럼 시작할까?”

차르륵-!

기묘한 소리와 함께 사갈인의 허리에서 연검(軟劍)이 풀려 나왔다. 낭창거리는 연검은 한 마리 독 오른 뱀처럼 인수린의 영대혈(靈臺穴)을 노리고 들어왔다. 

강시공을 익혔다는 말처럼 몸의 관절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뻣뻣한 동작이었지만 놀랍도록 신속하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인수린은 역삼재보(逆三才步)를 밟아 뒤로 물러서며 금척을 꺼내 막았다.

챙-!

버들가지처럼 축 늘어졌던 연검이 어느 새 빳빳하게 서며 금척과 부딪혔다. 

사갈인이 주입했던 공력을 풀자 갑자기 연검이 휘어졌고, 그와 맞대고 있던 금척이 미끄러지며 인수린의 중심이 흐트러졌다. 

사갈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공격을 해 왔다. 코뿔소가 받는 듯 맹렬한 서우저각(犀牛抵角)의 수법으로 그의 가슴을 노린 것이었다. 

인수린은 오른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한 바퀴 돌리며 인자결(寅字訣)을 운용한 노세(努勢)로 비스듬히 후려쳤다.

챙-! 차륵-!

칼을 들어 금척을 막은 사갈인이 다시 공력을 풀자 연검은 기묘한 소리를 내며 그의 오른 손목에 감겼다가 빠른 속도로 풀려 나오며 무수한 원을 그렸다. 

휘휘휘휘휙-!

코뿔소가 고개를 크게 흔드는 듯한 서우회두(犀牛回頭)의 초식! 어지러운 빛과 함께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는 칼날은 무엇이건 베어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인수린은 인결(隣訣)을 운영하여 오히려 그에 다가서며 채찍으로 치는 듯한 책세(策勢)로 맞섰다. 

채채채채챙-!

요란한 금속성과 함께 사갈인의 연검이 다섯 조각으로 부서졌다. 

사갈인은 무릎을 거의 굽히지 않고 발목의 탄력만을 이용하여 뒤로 삼 장여를 날아가 멈춰 섰다. 

그는 거의 손잡이만 남은 연검을 멀리 던져 버리곤 인수린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과연-! 신병(神兵)이라더니… 내 칼이 견디지 못했군. 그런데 내가 무기가 없으니 어쩐다? 인자무적이라는 훌륭한 별호를 지닌 협객이 설마 무기도 없는 이를 공격하진 않을 테고. 듣자니 권법에도 조예가 깊다고 하던데… 권각으로 겨루면 어떻겠는가?”

인수린은 말없이 금척을 옆에 있는 바위에 꽂았다. 자칫하다가는 숙부와 이모가 위험해질 수 있기에 순순히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금척은 마치 진흙에 말뚝을 박듯 한 자[尺] 이상 바위를 뚫고 들어갔다. 

“대단한 공력이군. 그러면 다시 시작해 볼까?”

사갈인은 강시권(殭屍拳)을 펼치려는 듯 양팔을 곧게 앞으로 뻗었고, 이에 맞선 인수린은 왼손은 앞으로 내밀고 오른 주먹을 올려 가슴을 보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타앗-!”

사갈인이 기합을 지르며 훌쩍 날아왔다. 여전히 무릎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기묘한 움직임이었다.   

찌르고 막고 후리고 걷어내는 몇 차례의 공방이 오간 뒤, 사갈인이 인수린의 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헉-!”

인수린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팔을 베인 것이다. 사갈인의 손에는 아무 것도 들려 있지 않았는데. 

인수린이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다시 사갈인의 공격이 이어졌다.

두 눈을 노리는 쌍룡쟁주(雙龍爭珠)에 이어 힘찬 슬격(膝擊)이 날아들었다. 

인수린은 허리를 틀어 첫 공격을 피한 뒤, 양손을 교차하여 사갈인이 차올리는 무릎을 막았다. 

“으윽-!”

다시 인수린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분명 슬격을 막았음에도 양쪽 손목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 것이다. 

재빨리 철판교의 신법으로 뒤로 재주를 넘어 피한 인수린의 양 손목에서는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사갈인이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오른 팔꿈치를 꺾었다.

철컥-!

금속성과 함께 그의 팔꿈치에서 날카로운 단검이 튀어나왔다. 이어 왼쪽 팔꿈치 그리고 양쪽 무릎에서도 칼이 튀어 나왔다. 

수리검(袖裏劍), 소매 속에 숨긴 칼이었다. 사갈인은 교묘하게도 앙퍌꿈치와 무릎에 칼을 숨기고 있었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팔꿈치나 무릎을 직각에 가깝게 꺾으면 튀어나오도록 장치가 되어 있었다. 

그의 동작이 뻣뻣했던 것도, 또한 사용하는 무기나 수법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속임수 때문이었던 것이다.      

상대의 수법을 몰랐을 때는 당하기 쉽지만, 알고 나면 방어할 수 있는 법. 인수린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자세를 취했다. 

“야압-!”

다시 사갈인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는 팔꿈치와 무릎의 칼을 이용해서 상하좌우 번갈아가며 연속 공격을 펼쳤다.

인수린은 양손을 휘둘러 공격을 막아내며 물러서다가 재빨리 손을 뻗어 공수탈인(空手奪刃)의 수법을 사용하여 사갈인의 왼쪽 팔꿈치에 달린 칼을 집게와 셋째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러자니 자연히 두 사람은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되었다. 

사갈인이 왼쪽 무릎을 차올리는 순간, 인수린은 허리를 뒤로 빼어 공격을 피하며 오른손을 힘껏 비틀었다.  . 

뚜둑-!

사갈인의 왼팔에 달린 칼이 인수린의 손가락 사이에서 부러졌다. 

그러나 사갈인은 다시 오른쪽 무릎의 칼로 공격을 해왔고, 인수린은 몸을 옆으로 틀어 슬격을 피하며 손가락에 끼운 부러진 칼날을 그의 오른쪽 허벅지에 찔러 넣었다. 

“으악-!”

사갈인이 오른 다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은 채 왼발 앙감질로 다섯 걸음을 물러서더니, 이를 악물고는 허벅지에 꽂힌 칼을 빼내어 바닥에 던졌다.

철그렁-!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린 사갈인이 노성(怒聲)을 터뜨리며 다시 공격해 왔다. 

“차압-!”

인수린은 왼손을 뻗어 사갈인의 오른 손목을 금나수로 잡고서는 오른손으로 그의 팔을 강하게 내리쳤다. 

두둑-!

“으악-!”

사갈인이 비명을 지르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그의 오른팔은 기묘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팔이 부러진 것이다. 

한참 동안 인수린을 노려보던 사갈인이 갑자기 절을 하듯 허리를 숙였다.     

무술의 자세 가운데는 허리를 굽히는 동작도 많다. 하지만 적을 마주하고 허리를 숙인다는 것, 더구나 상대를 보지 않고 고개마저 숙인다는 것은 위험을 자초(自招)하는 행위였다. 

순간 인수린의 뇌리에는, 과거 정영단 시절 천수교룡(千手蛟龍) 막가파(莫伽坡)에게 암기 교육을 받을 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사람은 만나거나 헤어질 때 인사를 하지. 특히 상대가 윗사람이라면 이렇게 공손히-!”

막가파가 허리를 굽히는 순간, 그의 목 뒷부분 정확히 말하면 목과 옷깃 사이의 벌어진 틈에서 화살이 발사되었다.

“긴배화장노(緊背花裝弩)라고 하는 것이다. 등에 장치한 활을 이용해서 암기를 발사하는 것이지.”

 

하지만 이미 상대의 수법을 눈치를 챈 인수린은 땅을 박차고 날아 거리를 좁힌 다음, 왼손으로는 사갈인의 어깨를 누르면서 오른손을 뻗어 그의 상투를 잡고 목을 꺾어 올렸다. 

슉-!

바람소리와 함께 사갈인의 등에 장치된 긴배화장노에서 쏘아진 화살은 그의 목 뒤 혼수혈(昏睡穴)을 뚫고 입으로 튀어나왔다. 

그야말로 순간의 판단이 인수린의 생명을 구한 것이었다. 

실제로 사갈인도 최후의 비수라 할 수 있는 긴배화장노를 사용한 것은 세 번째였다. 그리고 앞선 두 번 모두 상대를 쓰러뜨리고 나서 몸에서 화살을 제거한 뒤, 칼로 상처를 내어 아무도 자신이 활을 암기처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기 못하게끔 치밀하게 위장을 했다.

때문에 누구도 사갈인이 그 같은 암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묻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그러나 인수린이 그 같은 내용을 교육받았고, 또한 순간적으로 떠올려 적절한 대처를 했다는 것은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었다.    

인수린이 부여잡고 있던 상투를 놓자, 사갈인은 힘없이 쓰러졌다. 

그의 입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피 묻은 화살을 본 인수린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