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편] 第七章 생사투(生死鬪) 之 탈명귀도(奪明鬼刀), 섬전배수(閃電扒手)

탈명귀도(奪明鬼刀)

 

자생력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온 적정량의 상처를 살펴본 지박오는 나빙수를 불렀다. 

“독에 중독된 것 같진 않으니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냉기로 얼려 주려무나.”

“네, 숙부님!”

나빙수는 한빙장을 운용한 손을 적정량의 상처에 댔다. 

“웃-! 차거.”

적정량이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치료는 끝이 났다. 순간적으로 상처부위를 얼려 지혈(止血)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늘 방심해서는 안 돼! 그래도 마지막의 주먹질은 제법 좋더구나.”

투왕이 한 마디 했다. 

“아, 그거요? 권격이라는 겁니다. 예전에 사귀었던 친구에게 배운 거지요. 알려 드릴까요?”

“네가 나한테? 아휴,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이구나. 아예 성한 다리마저 분질러 주랴?”

“아, 아닙니다. 아녜요.”

그 동안 몇몇 사내가 비무대에 올라가 분주하게 청소를 하고 있었고, 차기 비무자(比武者)의 성명이 쓰인 피극패(皮克牌, picket)을 든 예쁜 회합녀(回合女, round girl)가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피극패 뒤쪽에는 가락수와 초골력의 광고문구가 적혀 있었다. 

 

「청량정신(淸凉精神) 가락수! 정강골격(精剛骨格) 초골력!」

 

“정말 당가는 무섭군. 비무까지도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니 말이야.”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장왕 막가보가 다음 비무자인 무가당을 불렀다. 

“상대가 탈명귀도라지? 이것을 사용하도록 해라.”

“이게 뭡니까?”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했다. 저 녀석 별호가 거슬려. 일반적으로 탈명(奪命)이라고 쓰는데… 탈명(奪明)이라고 쓴단 말이야.”

“알겠습니다.”

무가당은 장왕이 건네는 무언가를 받아들었다.  

 

잠시 후, 설상가상 손영태가 비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당가의 수신호위이자 혈백무상(血白無相) 중 혈상(血相) 탈명귀도(奪明鬼刀)가 출전하겠습니다. 이에 맞설 상대는 인자무적의 둘째 무한도전(無限刀戰) 자생력입니다.” 

두 사내가 천천히 비무대에 올랐다. 피처럼 붉은 색의 옷을 입은 탈명귀도와 백색 무복(武服)의 자생력. 두 사람은 옷의 색깔처럼 무기도 대비되었다. 탈명귀도는 은빛 장도(長刀)였고, 자생력은 짧은 묵도(墨刀)인 때문이었다. 

싸움은 탈명귀도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현침금도(玄針金渡)의 수법으로 시야를 어지럽히고는 이어 교룡탐해(蛟龍探海)의 초식으로 무가당의 요혈(要穴)을 찔러 들어왔다. 

무가당은 왼손의 묵도를 바람개비처럼 돌려 이를 막아내고, 크게 한 걸음 전진하며 오른손의 칼로 상대의 옆구리를 베었다.

귀도는 칼을 비스듬히 들어 방어한 뒤 급격히 자세를 낮추며 독헐반미(毒歇反尾), 마치 전갈이 꼬리를 치듯 밑에서 위로 칼을 크게 휘둘러 공격을 했다. 

무가당은 펄쩍 뛰어오르면서 좌우의 칼을 연달아 내리쳤고, 귀도는 천녀회수(天女回手)의 초식으로 이를 걷어냈다.    

무가당이 착지한 순간, 귀도는 공녀인침(工女靭針), 회두망월(回頭望月)의 초식을 연달아 전개하였다. 

하지만 무가당은 쌍도를 교차시켜 이를 막아냈다.  

채챙-!

일진일퇴(一進一退)! 십수 합이 지났지만 두 사람의 대결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했다.   

챙!

공중으로 뛰어오른 두 사람이 한 차례 격돌을 한 뒤, 비무대에 내려섰다. 

탈명귀도가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보니 내 친구처럼 흰 옷을 입었군. 그 정도면 솜씨도 괜찮고 말이야. 헌데 이젠 좀 지루하군. 왜도는 쾌(快)를 중시한다고 하던데… 어떤가, 단합승부로 끝을 내는 게?”

여유만만한 탈명귀도와 맞선 자생력도 만만치 않았다.

“좋지. 내가 익힌 왜도(倭刀) 중에는 이아이(居合い)라는 기술이 있거든. 쾌도 중의 쾌도라 할 수 있지.”

“그럼.”

두 사내는 칼을 갈무리하고 몇 발을 움직여 한 장이 못 되는 거리를 남기고 마주 섰다.  

누가 빠른가? 이른 바 쾌(快)를 겨루는 단합승부(單合勝負)를 하기로 한 때문이었다.  

“저런! 상대에게 말려들었어.”

비무대 아래, 인수린의 걱정 어린 혼잣말에 자생력이 물었다. 

“왜요? 가당이는 쾌도가 주특기잖아요.”

“무기의 길이 때문이다. 병단일촌 사근일촌(兵短一寸 死近一步), 병기가 한 치 짧으면, 죽음이 한 발 가깝다는 말이 있다. 가당이의 칼이 상대보다 훨씬 짧지 않느냐?”

적정량이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 다시 물었다. 

“짧으면 그만큼 빨리 뽑을 수 있잖아요.”

“물론 상대보다 칼은 빨리 뽑겠지만 그만큼 가까이 다가가야 해. 반대로 상대는 칼이 긴 만큼 뽑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움직일 필요가 없지. 상대는 그것까지 계산해서 단합승부를 유도한 거야.”

과연 그랬다. 두 사람의 거리를 감안할 때, 귀도의 장도는 무가당을 벨 수 있었지만, 무가당은 그를 베려면 한 발 정도 움직여야 했다. 안정된 자세에서 뽑아 베는 칼과 그렇지 못한 칼의 위력은 많은 차이가 있으리라.

샥-!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칼을 뽑았다. 이상한 것은 무가당도 앞으로 나가지 않은 채로 좌우의 칼 모두를 뽑았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왼손의 칼을 들어 방어 동작을 취하면서, 오른손의 칼을 던졌다.

하지만 실수를 했는지 그가 던진 칼은 상대를 맞히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챙-!

얼굴을 노리고 베어 온 귀도의 칼은 무가당이 왼손에 든 채도에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 엄청난 힘에 무가당의 칼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흐윽-!”

돌연 귀도가 신음을 토하더니 허리를 꺾으며 쓰러졌다. 

모두가 놀랐다. 그의 뒷목에 무가당의 채도가 박혀 있지 않은가.  

무가당은 던진 칼이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회비표(回飞镖, boomerang)의 수법으로 오른손으로 채도를 던짐과 동시에 왼손의 칼로 귀도의 공격을 막은 것이었다.  

하지만 무가당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힘이 양쪽으로 분산되는 바람에 탈명귀도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지 못하여 검기(劍氣)에 눈을 상했는지 양쪽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무가당 승-!”

손영태의 판정 결과를 듣고서 무가당은 더듬더듬 비무대를 내려왔다. 

인수린을 비롯한 모두가 그에게로 달려갔다.

“얼마나 다쳤어?” 

“정말 안 보이는 거냐?”

지박오가 그를 살펴보려 하자 장왕이 말리며 무가당에게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제 끝났으니 조심스럽게 빼내도록 해라.” 

그의 말을 들은 무가당이 손을 눈으로 가져가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바둑돌보다 작은 투명한 막(膜) 두 개였는데, 가운데가 거의 갈라져 있었다. 

“녀석, 검기(劍氣)가 지독하더군. 장왕 사부께서 백년화리(百年火鯉: 백 년 묵은 잉어)의 비늘로 만들어 주신 은형안경(隱形眼鏡, contact lens) 덕분에 살았어.” 

귀도의 별호가 ‘밝음을 앗아 간다’는 탈명(奪明)임에 눈과 관련이 있음을 알고 대비한 바가 주효했던 것이다. 

 

 

 

섬전배수(閃電扒手)

 

세 번째 비무는 앞의 두 차례와는 달리 출전자가 미리 비무대에 올라와 있었다. 

당가의 출전자는 백색 장삼을 입고 부채를 든 음양선사(陰陽扇士)였고, 의림맹 측은 염소수염의 중년인이었다.    

“대협의 존성대명(尊姓大名)은?”

손영태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강호의 사통팔달(四通八達)이라는 그가 모르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팽루라고 하오.”

“아, 섬전배수(閃電扒手) 팽 대협이시로군요.”

섬전배수는 배수(扒手: 소매치기) 집단의 우두머리이며, 협도(俠盜)로서도 이름이 높은 인물이었지만, 직업상 얼굴이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은 때문이었다.  

투왕 루팽은 대도(大盜)답게 역용에 능했고 수많은 가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강호에 제법 알려진 이름도 꽤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거꾸로 한 팽루는 그가 즐겨 사용하는 가명 가운데 하나였다. 

팽루가 투왕 루팽의 변명(變名)임을 꿈에도 모르는 음양선사는 거만하게 부채를 흔들며 말했다. 

“의림맹을 도림맹(盜林盟)이라고 바꿔 불러야겠군. 소매치기 따위를 비무대에 세우다니 말이야.”

“소매치기가 뭐 어때서? 너희처럼 독을 약이라고 속여 파는 사기꾼이나 걸핏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폭력배보다는 훨씬 낫지. 적어도 기술직이니까.” 

“도둑놈 주제에 말을 잘하는군. 과연 솜씨도 입심만큼이나 좋은지 알아볼까?”

“네 맘대로 하려무나.”

음양선사가 부채를 갈무리하더니 손을 뻗어 금나수로 투왕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 의술에도 조예가 있는 만큼 맥(脈)을 잡는 방법을 발전시킨 그의 금나수는 무척이나 신속하고 또한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투왕이 누구인가. 천하제일도(天下第一盜)요 소매치기의 왕 아니던가. 손의 빠르기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인물이었으니, 그와 금나수를 겨룬다는 것은  노반문전롱대부(鲁班门前弄大斧), 전국시대(战国时代)의 유명한 목수 노반의 집 앞에서 도끼 솜씨를 자랑하는 것이요, 공자서재용문자(孔子書齋用文字), 공자의 서재에서 학식을 자랑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투왕은 그의 공격을 마치 한여름 파리를 쫓듯 가벼운 손짓으로 모두 무력화시켜 버렸다. 

금나수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겠다고 깨달은 음양선사가 부채를 꺼내 휘두르며 공격을 해왔다. 

“건곤선법(乾坤扇法)이로구나. 하지만 칠 성쯤이나 될까? 아직 멀었다.”

가볍게 공격을 피하며 하는 투왕의 말에 음양선사는 깜짝 놀랐다.

강호에 나온 이래 자신의 선법을 알아본 이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다소 우스꽝스런 외모와는 달리 자신의 공격을 너무도 쉽게 피하지 않는가.

음양선사는 부채를 접었다가 펼치기를 반복하며 화려하다 싶을 정도의 다양한 공격을 했다. 그러나 투왕은 발조차 떼지 않고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치열한 공방-실은 일방적인 공격과 철벽같은 방어-이 수십 합이나 계속되었지만 누구도 득세하지 못했다. 아니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이미 음양선사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상대는 여유롭게 염소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으니까.

“에익-!”

음양선사가 소리를 지르며 부채살 속에 숨긴 강침(剛針)을 발사했다. 

퓩-!

하지만 그 역시 소용이 없었다. 강침은 모두 투왕의 손가락 사이에 잡혀 있었다. 

“치사한 녀석! 침을 숨긴 것도 모자라 독까지 발라?”

당황한 음양선사는 부채를 내던졌다. 하지만 그냥 던진 것이 아니라 부채를 회전시켜 상대의 목을 자른다는 건곤선법의 구명절초 회선절두(回扇切頭)의 수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누구보다 손이 빠른 투왕이었다. 그는 가벼운 손짓으로 음양선사의 부채를 쉽게 낚아채고는 활짝 펼쳐 부치며 말했다. 

“부채가 제법 좋구나. 내년 여름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겠어.”

무기를 잃은데다가 조롱까지 당하자 음양선사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오냐, 이것도 피할 수 있나 보자.”

음양선사는 손을 품에 넣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얼굴이 하얗게 변한 그를 쳐다보며 투왕이 품에서 묵직한 가죽주머니를 꺼내 보였다. 

“이걸 찾아? 안에 뭐가 있나 보자. 이크! 당가의 비황석(飛蝗石)이로군. 이건 또 뭐야? 독질려(毒蒺藜)네. 어라, 폭우이화정도 있어? 그놈 참 고약하구만. 인마! 별호를 암기창고(暗器倉庫)라고 바꾸는 게 낫겠다.”

투왕은 음양선사와 겨루면서 귀신같은 배수(扒手)로 그가 지닌 모든 암기를 훔쳐낸 것이었다. 

“으와앗-!”

화를 이기지 못하고 노성(怒聲)을 터뜨리며 투왕에게 달려들려던 음양선사는 마치 석고가 된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투왕의 손에 들린 폭우이화정이 정확히 자신을 겨누고 있는 때문이었다. 

“뒤에 달린 끈을 잡아당기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면 움직여도 좋아.”

상대는 자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고수였다. 게다가 폭우이화정까지 들고 있으니… 음양선사는 식은땀만 흘릴 뿐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손영태가 조심스런 걸음으로 다가와 음양선사에게 속삭였다. 

“패배를 선언해도 되겠지요?”

음양선사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투왕이 폭우이화정을 거두자 비로소 한숨을 내쉬곤 혹시라도 뒤에서 암습(暗襲)이라도 할까 두려운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면서 비무대를 내려갔다.  

“팽 대협의 승리입니다!”